[부산] 연극 : 출구 없는 방

2015.02.07 PM 5:00 @액터스 소극장


이네스 : 반지수 / 에스텔 : 김아름 / 가르생 : 윤이창 / 급사 : 안인석

원작 장 폴 사르트르 'Huis Clos' / 번역 박혜란 / 제작 H.O.W Performing Team





○ Synopsis


호텔 급사처럼 보이는 한 인물의 안내를 받아 세 영혼이 차례대로 한 공간, 지옥에 모이게 된다.
신문기자였던 가르생, 우체국 직원이었던 이네스, 부유한 집의 부인이었던 에스텔.
이들은 자신들이 죽은 이유와 어떤 죄를 지었는지를 고백하게 되면서 지옥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가식의 껍데기가 하나, 둘 벗겨진다.
이네스에게 자신이 비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가르생과
남성의 손길을 갈구하는 에스텔, 그리고 동성인 에스텔과 사랑을 나누길 바라는 이네스.
그들은 사후에서까지 각각의 욕망으로 충돌하는데.....





○●○●


타로카드를 펼치다 보면 뭐라 설명해야 좋을지 한참을 고민해야 하는 카드가 있다.
메이저 열번째 숫자를 달고 있는, 운명의 수레바퀴.
종류마다 표현하고 있는바는 다르지만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여정에 놓인 생명들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라 말하는 사람도, 당신의 덧없는 희망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여기, 그 운명의 수레바퀴를 재현하기라도 하듯,
돌아가지 않지만 서로의 꼬리를 물고 늘어 선 회전목마 위에 앉은 세 사람이 있다.


원작에서 전쟁같은 나날을 투영했다고 이해한 '제2제 정풍'이 물질적 의미가 아닌 정신적 의미로 바뀌어,
캐릭터들의 근본적인 어리석음과 의존성을 '유아'로 정의내린 것으로 보이는 부분과,
그들을 안내하는 급사가 두꺼운 분장으로 가벼운 걸음걸이를 걷는 광대여야 했는지를 고민해 보면
'출구 없는 방'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생이란 결국 한낱 놀이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해진다.
여기에 살아있는 것을 흉내낸 회전목마의 이미지와, 서로 쫓고 쫓기지만 결코 접점이 없는 '원'의 흐름으로
캐릭터와 이야기의 해석이 여러 방향으로 가능해져 생각을 풍성하게 한다.


어쩌면 현대의 우리와 가장 닮은 세 캐릭터는 각각의 지점에서 많은 이야기를 내포한 '말'을 던진다.
대본은 원작에 충실해서, 현실적인 느낌표가 첨가되진 않았지만 질척이는 말줄임표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인정받는 것을 이해받는 것이라 믿고, 스스로의 척도가 아닌 타인의 척도로 인생을 살아가는 가르생,
욕망의 대상은 선망의 대상이어서 그것을 좀먹어 무너뜨리는 것으로 쾌감을 얻고 애정을 키웠던 이네스,
자신의 욕망이 사랑하는 이와, 스스로 낳은 아이보다 더 중요했던 여인 에스텔까지.


자신이 끌어나가는 힘으로 좌우되는 밀도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배우들은 촘촘하고 극단적이며 손 끝까지 불타 으스러진다.


현실에서 잊혀지며 격리되듯 단절되는 영혼들의 순간과,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이 지나 이 곳이 '지옥'임을 자각하게 되면,

그들이 이 곳에 들어서면서 표현한 공포와 두려움이 오버랩되며 순식간에 관객을 빨아들여 이 기이한 말들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처럼 이어지던 말들에 돌연 침묵이 찾아든 순간,
우리는 단 한마디에 황망해져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어지고 만다.


'좋아, 계속하지'


돌아보라.
결국 지옥이란 끝없이 반복되는 타인과의 일상이란 사실이 너무나 간결한 울림으로 어둠 속에 사라지고 나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지옥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 본 후기는 과거의 관극으로 날짜를 제목에 함께 표기하고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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