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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후기] 190820 : 수업

최반유 2019. 8. 22. 11:27

[관극후기] 190820 : 수업

제2회 작강연극제 극단 등나무 출품작

 

 

 

 

 

 

 

 

 

교수-노형우 / 학생-김현주 / 하녀-김기태
연출-박홍석 / 드라마트루기-이흔주 / 조명-김재욱 / 무대감독-이크신 / 음악-허수명 / 진행-김희주,주현정 / 무대-양재영
원작-외젠 이오네스코 <수업>

 


 

 

○시놉시스

 

한 여학생이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교수를 찾아온다. 힘없는 늙은 교수와 활기 넘치고 예의바른 여학생의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은 수학으로 싲가해서 언어학으로 넘어가지만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언어가 언어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교수는 점점 광기를 띄며 생기가 넘치게 되고 학생은 활기를 읽고 급기야 언어마저 잃어버리게 되는데...

 

 

 

 

이오네스코의 수업은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이들의 워크샵으로도 자주 오르는 편이고,

부산에서 활동하는 기성극단에서도 여러가지 해석으로 무대에 오르는 편입니다.

제가 접한 기성극단의 수업은 연희단거리패와 누리에의 무대였으며, 이것이 세번째 만남이네요.

 

1. <말의 쓸모없음>에 대하여

 

이 극은 교수의 대사량이 정말 정말 많습니다. 관객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몇 년 동안 이 작품만 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양입니다. 말이 쓸모없음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무시무시한 양의 말을 내뱉는 교수. 하지만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말은 소통불능의 상태를 만듭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 중심역할인 교수님이 너무 흥분하여 대사 일부가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2. 자극적인 맛, 수업

 

부산에서 오른 수업을 보면서 늘 드는 의문은, 왜 원작에 없는 성추행들이, 또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씬이 무대에서 펼쳐지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고전을 해석하는 시선은 제각각일 수 있지만 소스가 너무 강하면 음식의 맛을 알 수 없게 되니, 담백한 수업을 만나보고 싶네요.

 

3. 여장남자 하인

 

등나무의 <수업>에서 의문점은 왜 남성연기자가 굳이 여성하인을 연기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교수가 흉기를 휘두르자 매섭게 그를 내려치던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만, 그 외에는 여성을 흉내낸다는 느낌밖에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극은 여러모로 아쉬운 공연이었습니다. 음향크기 조절이 잘 되지 않아 대사와 배경음이 겹치면 말소리가 들리지 않고, 조명의 역할이 미미하고, 왜 이렇게 급하게 캐릭터가 말을 쏟아내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은 채로 공연은 1시간도 안돼 마무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한가지, 학생역의 김현주 배우님이 이전 극에서보다 훨씬 좋은 연기를 보여주셔서 그것만으로도 보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짧은 기간에 극을 준비하기에는 대사가 압도적으로 많고, 대사만으로 분위기를 연출해야하는 극이니 제 기대가 컸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